캡슐약은 물 머금고 머리 숙여 꿀꺽
[한겨레] 명승권의 건강강좌
의약품의 백과사전 격인 ‘대한약전’을 보면 우리가 복용하는 약에는 29종류의 제형이 있다고 한다. 이 가운데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의 제형은 크게 두가지를 들 수 있다. 가장 흔한 형태는 ‘정제’인데, 가루나 결정 모양의
약을 뭉쳐서 둥글넓적한 원판이나 원뿔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. 보통 알약이라고 한다. 영어로는 ‘태블릿’(tablet) 또는 ‘필’(pill)이라고 한다. 다른 하나는 ‘캡슐’(capsule)이지만 독일어로는 ‘캅셀’(kapsel)이라고 해서 둘 다 쓰이고 있다. 캡슐은 뭔가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말하는데 젤라틴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만든다.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, 힘줄, 연골 등을 구성하는 천연 단백질인 콜라겐을 뜨거운 물로 녹여서 추출하는 단백질의 한 종류다. 이 젤라틴은 말랑말랑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. 캡슐은 또 좀더 딱딱한 경질캡슐과 부드러운 연질캡슐 두 종류가 있다. 원료인 젤라틴에 글리세린의 함유량이 30%면 경질, 50% 이상이면 연질이 된다. 이런 캡슐 안에 약을 가루, 과립 또는 액체 형태로 넣으면 우리가 흔히 먹는 캡슐형 약이 된다.
이처럼 약을 캡슐 형태로 만들면 약을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숨길 수 있다. 또 약물이 고운 가루나 과립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흡수돼 약효도 정제에 견줘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. 아울러 색깔도 입힐 수 있어 다른 약과 구분하기에도 좋다.
정제는 냄새나 맛이 심하지 않을 경우 겉에 특별한 코팅을 하지 않은 ‘나정’과, 불쾌한 냄새나 맛을 피할 수 있도록 설탕으로 코팅을 한 ‘당의정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. 정제의 경우 먼저 정제를 입안에 넣고 물을 머금은 뒤 목을 뒤로 젖히는 게 일반적이다.
그런데 캡슐의 경우에는 이런 방식으로는 잘 삼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. 물이 담긴 컵에 정제를 넣으면 가라앉지만, 캡슐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기 때문에 물 위에 뜬다. 이 때문에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캡슐을 복용할 때는 캡슐을 먼저 입안에 넣고 물을 머금은 뒤 머리를 앞으로 숙이면 캡슐이 목젖 근처까지 가게 되는데 그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꿀꺽 삼키면 쉽게 넘길 수 있다. 이 방법은 이미 1982년에 의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<미국의사협회지>에 발표된 방법이다.
약을 비교적 쉽게 삼킬 수 있는 또다른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하면, 2단 꿀꺽삼키기법과 빨대법이 있다. 먼저 2단 꿀꺽삼키기법은 약을 혀 위에 올려놓고 물을 한 모금 삼켜서 음식물이 공기의 통로인 후두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는 후두개를 잘 말리도록 만들어 준 다음 바로 연속해서 물 한 모금을 약과 함께 꿀꺽 삼키는 방법이다. 빨대법은 약을 혀 위에 올려놓은 뒤 빨대를 이용해서 물을 빠른 속도로 빨면 약에 신경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삼킬 수 있다.
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·가정의학과 전문의
http://www.hani.co.kr/arti/society/health/526355.html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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